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하나씩이어서 흐름이 적당한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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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땐 이미 점심때였고, 이미 오소마츠를 뺀 전원은 이미 이불 밖이었다. 아래는 너무 조용했기에, 집에 있는 건 아닌 듯했다. 아침을 먹는 건 포기하고 점심을 먹을까라고 생각하며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 보니 쵸로마츠 혼자 거실에 앉아 있었다.
“좋은 아침 쵸로마츠.”
“아침은 아니지만… 잘 잤어?”
“아아, 오늘은 sun shine이 매우 좋군. 밖에 나가기 매우 좋은 날씨다.”
“어, 그래…..”
“응~? 쵸로마츠, 점심 먹었는가?”
“아니, 하지만 곧 먹어야 되겠지.”
“뭐가 먹고 싶은가? 오므라이스라던지. 아, 마미가 우동을 사뒀던데 냄비우동은 어떤가?”
“먹고야 싶지만, 면만 있지, 육수도 없고, 오래 걸리지 않아?”
“맡겨만 달라고? 30분이면 ok이다.”
꼬르륵 울리는 배를 붙잡고 들어간 부엌은 난장판이다. 마미와 대디는 granny를 뵈러 갔기 때문에 설거지는커녕 싱크대에 담겨 있지도 않다. 못 말리는 브라더들이라니까. 할 수 없군… 하지만 설거지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일단 적당히 큰 냄비에 물을 조금 넣는다. 그리고 마미가 얼려둔 예비 육수를 쓰도록 한다. 나중에 다시 만들어 놓으면 되니까, 잠시 쓰도록 하겠다 마미.
그런 뒤 식탁에 올려진 그릇들을 하나씩 싱크대로 옮기고, 떨어진 음식물은 행주로 닦는다. 다음, 깨끗한 도마를 꺼내 양파, 어묵, 유부, 각종 버섯과 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다른 냄비에 우동국수를 삶을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육수는 국간장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유부, 어묵과 양파를 넣고 조금만 더 끓이면 준비는 끝이다. 이제 원하는 고명을 올리기만 하면 준비 끝.
“에.. 좋은 냄새. 혹시 카라마츠?”
“일어났는가, 형님. 속은 괜찮은가?”
“이 형을 뭘로 보는 거야~ 당연히 괜찮지. 그 정도론 이 카리스마 레전드를 취하게 할 수 없다고!”
“그래… 그럼 우동은 나랑 쵸로마츠만 먹도록 하겠다.”
“에이! 너무해~ 내 것도 이미 만들었잖아? 먹게 해 줘~”
정말 밉상인 오소마츠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수저라던가 필요한 그릇이던가 꺼내 주었으니 한번 참는다. 이럴 때만 눈치가 빠르단 말이지.
오소마츠가 가져온 그릇에 탱글탱글한 면을 넣고 고명을 올린 뒤 육수를 한가득 넣는다.
“맛있겠다~”
벌써부터 침을 흘리고 있는 오소마츠에게 상을 거실로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간단한 정리를 한다. 이러는 편이 나중에 씻기 쉬울 테니까.
거실로 들어가면 벌써 먹고 있을 줄 알았던 두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와, 면 다 불겠다고.”
“겨울엔 역시 뜨끈한 게 최고지! 잘 먹겠습니다!”
합장을 한 뒤 나도 젓가락을 들었다. 오소마츠는 이미 그릇을 들고 마시는 수준으로 먹고 있었고, 쵸로마츠는 뜨거운걸 잘 못 먹는 편이라, 숟가락에 올려서 후후 불어 먹고 있다.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됐나...
“있지, 쵸로마츠. 혹시 마미가 돈을 주고 가지는 않았던가?”
“맞아, 딱히 여섯 명이 밖에서 뭘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은 아니지만.”
“그럼,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 와야겠네.
“저녁도 해줄 거야? 난 야키소바로 부탁할게~”
“아니, 너한테 메뉴 부탁한 적 없으니까.”
“음…. 오소마츠는 경마 갈 생각 아니었던가?”
“엑, 어떻게 알았어? 저번에 봐 둔 말, 오늘 경기라서 가 볼 거야~ 같이 갈래?”
“오늘은 Pass. 쵸로마츠랑 나가기로 했었다.”
“어쩔 수 없네~ 오늘은 대박 터질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럼 형이 저녁 사면 되겠네. 이치마츠들 불러놓을 테니까…”
“쵸로마츠! 너 이러기냐?”
저녁… 뭘로 하지? 볶음밥이라던가는 이번 주에 이미 두 번인가 먹어서 질렸는데… 아까 냉장고에 뭐가 남아있더라?
“솔직히 집에서 나가기 싫거든! 누군 일하고 싶어서 일자릴 알아보는 줄 알아?”라고 소리치는 쵸로마츠는 상이 부러질 정도로 치고는 곧이라도 오소마츠를 덮칠 듯이 노려보고 있다.
“그만들 해라, 브라더. 오소마츠, 이기던 지던, 가고 싶으면 빨리 준비하는 쪽이 좋다. 경기는 2시 반이지 않은가? 벌써 1시 반이다. 오늘은 추워서 사람들이 건물 안에 있을 테니 경기장 들어가기 힘들 수도 있으니 이제 움직여야 될 거다.”
“하이하이, 다 먹었으니까 간다.”
그렇게 말한 형은 텅 빈 그릇을 상에 올려놓고, 거실을 빠져나갔다. 그러니까, 이런 건 싱크대에 갔다 놓으면 설거지하는 사람이 편하다니까…. 뭐, 오소마츠에겐 바라지 않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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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 봐야 되겠다, 쵸로마츠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도 했기에 가까운 카페에 들려서 놀다가 식재료를 사고 돌아가기로 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냉기에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점점 떨어지고 있는 온도에, 오늘따라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 밖에 나가 있는 다른 형제들이 걱정이다.
쵸로마츠는 내가 준 장갑을 끼고 나왔다. 손이 시린 것도 있지만 결벽증이 있는 쵸로마츠가 밖의 물건을 만질 때 기분 나쁘지 않게 장갑을 끼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해서 산 거니, 잘 쓰고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
“여기 어디쯤이었던 같은데….”
혼자선 카페를 가지 않으니 토도마츠가 알려줬었던 가게를 찾고 있는데 쵸로마츠가 길 가운데 서서 오질 않고 있다. 뭔가 더 좋은 가게를 찾은 건가.
“뭐하는가 쵸로마츠?”
“음… 아냐. 들고양이가 지난 간 듯해서.”
“고양이?”
“아무것도 아니니까 빨리 들어가자. 나 엄청 추워.”
“아, 미안. 저기 보이는 간판이다. 빨리 들어가자.”
쵸로마츠와 함께 커피를 시킨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하지 않겠다고 하던 냐짱 이야기는 상상 이상으로 무려 3시간 동안 non-stop로 얘기해주었다. 저번에 그냥 들어줬으면 2시간이었으면 됐을 텐데….
점점 줄어들어 어느새 비어버린 컵과 빙글빙글 돌아간 시곗바늘을 뒤로 한채 너무 늦기 전에 마켓에 들려서 음식재료를 사 가기로 한다. 마트는 바로 마 주편에 있었기 때문에 총총총 뛰어서 들어갔다. 마침 세일을 하고 있다. 역시 난 Lucky Guy로군.
“전부 2000엔이야. 정말. 엄만 이걸로 뭘 하라는 뜻이지…”
“쵸로마츠, 오늘은 고기도 싸다! 아까 버섯이랑 유부는 꽤 남아있었으니까, 샤부샤부를 해 먹어도 되겠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고기만 살 수는 없지 않아?”
“적당히 고기랑 두부랑 야채만 사가면 된다. 든든하게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요리하는 거 너라고? 네가 하기 쉬운 걸로 사가.”
“엣…. 알.. 알았다.”
그렇게 고기 2근, 청경채, 당근, 두부 1모를 산 뒤, 집으로 돌아왔다. 만두라든지, 소스라던지, 그런 걸 더 사가고 싶었지만, 돈은 중요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보면 아직 누구도 돌아와 있지 않았다. 추운데 잘도 나가 있는구나.
일단 육수를 만들어야 되었기에, 다시마, 멸치, 그리고 무를 적당히 넣는다. 물은 많이. 아까 점심에 썼으니까 다시 얼려놔야지. 밥을 안치고, 사온 야채를 깨끗이 씻는다. 그리고 버섯들도 적당히 찢어놓으면 끝이다. 육수만 준비되면 먹어도 될 것이다.
“있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아는가?”
“글쎄?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다들 나가 있어서 나도 일어났을 땐 혼자였는데?”
“그래…. 저녁 다 됐는데 아무도 안 왔으니.”
“누가 안 왔어?”
뒤를 돌아보면 새빨간 얼굴이 된 토도마츠가 서있다.
“언제 왔는가? 소리를 못 들었군.”
“금방. 다들 왔으니까. 쥬시마츠 형이랑 이치마츠 형은 옷 갈아입으러 올라갔어.”
“그럼, 오소마츠만 안 온건가….”
“하하. 나 배고파~ 저녁 뭐야?”
“다녀왔는가 쥬시마츠. 오늘은 샤부샤부다. 곧 준비해올 테니 잠시 기다려라.
준비해뒀던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린 뒤 코타츠 위에 올려놓으러 거실에 들어가면 어느새 돌아온 오소마츠는 쵸로 마츠에게 장난을 걸고 있다. 모두가 돌아왔으니 편히 음식 쟁탈전이 시작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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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몸을 움직이며 뜨거운 음식을 먹었더니 몸이 지친다. 역시 고기는 양을 정해주지 않은 게 문제였던 걸까.. 코타츠에 몸을 넣고 있으면 토도마츠가 다가와 귤을 집으며 말했다.
“카라마츠 형. 목욕탕 안 갈 거야?”
“아…. 난 집에서 하겠다. 설거지거리가 넘쳐나는 중이어서. 집도 치울 겸, 브라더들끼리 느긋하게 즐기고 와라.”
“그걸 왜 카라마츠 형이 해?”
“맞는 말이네. 카라마츠는 저녁 당번이 었으니까 제외. 나머지 마츠들! 내려와!”
쵸로 마츠와 토도마츠의 제안으로 제비뽑기를 해서 설거지 당번을 뽑기로 했다. 그냥 다녀와도 될 텐데… 공평함을 위해 내가 거실밖에 있으면 나머지 형제들은 색깔이 다른 구슬을 하나씩 뽑는다. 그러면 그중 한 색깔을 말하면 그 색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당첨인 간단한 게임.
“이제 들어와도 돼!”
들어가 보면 모두들 나쁜 짓을 하다가 걸린 사람처럼 얼어있다. 설거지가 무슨 큰일이라도 되는 건가… 뭐. 나도 하기는 싫었지만.
“그럼, 검정, 하양, 파랑, 주황, 그리고 줄무늬 중에서 하나를 골라줘.”
“잘 골라야 돼!”
“잘 부탁합니다, 형!”
“난 모른다고? 그런 부탁해도 전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색은 검정, 하양, 파랑, 주황에... 그리고 줄무늬인가. 어려운 선택이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 색은 없으면서 내 색깔만 들어가 있다. 그럼 누가 내 색깔을 가져갔을까….. 궁금하니까 파랑으로 할까.
“흠. 나의 색인 파랑으로 할까.”
“야호! 사랑해 카라마츠 형.”
“역시. 오소마츠 형 그릇 깨지 말고 해 놔.”
“다행이다…. 안 고르길 잘했어.”
“어째서? 왜 파랑이야?”
“오소마츠였던 건가….”
구슬의 주인을 찾긴 했지만 마음에 걸린다. 역시 설거지는 내가 해야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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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이끌고 목욕탕으로 향했기 때문에 그저 형님이 집을 더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만 남겨둔 채 집을 나왔다.
걱정되는 마음과 더불어 너무 늦게 간탓에 조금 빨리 목욕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집안은 믿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다. 어래.. 나 벌써 자고 있는 건가?
이층으로 올라가면 이부자리는 이미 펴져있다. 그리고 맨 끝자리에 누워있는 오소마츠는 만화책을 뒤적거리고 있다. 머리가 젖어 있는 걸 보면 목욕도 끝낸 모양이다.
“다녀왔어? 형아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그런가... 그래도 부탁한 일은 다 해 주었더군. 고맙다.”
“헤헤, 수고한 형한테 선물이라던가 없는 거야?”
“아까 장보고 조금 남은 돈으로 고기만두 사 왔는데 먹을 텐가?”
“아싸! 사랑해 카라마츠~”
“쵸로마츠한테 들키면 혼나니까 빨리 먹도록 해라. 몰래 사 온다고 힘들었으니까.”
“어디 가?”
“아직 동생들이 밑에 있으니까. 망보는 정도?”
사실 집이 더러우면 내가 먹을 생각이었지만, 집은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잘 정리되어있었다. 문을 닫고 계단 쪽에 서면 계단의 손잡이도 구석구석 닦아놓은걸 볼 수 있었다. 같이 할 땐 도와주질 않으면서 혼자 할 땐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가… 감시 카메라를 달아보고 싶을 정도로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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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끈다.”
토도마츠가 불을 끄고 자리에 눕자 모두들 잘 자라고 한 마디씩 했다.
오늘은 이치마츠가 왼쪽, 오소마츠가 오른쪽이다. 오늘은 편히 못 잘 것 같은 감이 절로 든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달라붙어오는 오소마츠는 자기 다리를 내 위에 떡하니 올리곤 내 쪽으로 밀어붙여왔다.
“형님 옆에 자리 없는가… 비좁다.”
“싫어, 싫어. 형은 카라마츠를 안고 잘 거야.”
“그 손 치우시지, 쿠소 장남.”
“이치마츠야말로 불편하면 옆으로 움직이면 되잖아. 난 춥단 말이야.”
“아, 그래.... 그럼, 카라마츠 나 손잡아줘.”
“켁, 무슨 일이야 이치마츠? 갑자기 응석을 부리다니 너 같지 않은데? ”
“동생한테 무슨 말인가? 이치마츠는 언제나 귀엽고, 응석 부린다고? 자, 이치마츠, 너의 손을 이리로 다오.”
“카라마츠 형, 나도 안아 줄 거지?”
“야! 카라마츠는 내 거야!”
”언제부터 카라마츠가 네 거냐?”
“둘... 둘 다 싸우지 말고..”
“시끄러워! 빨리 쳐 자란 말이야!
쵸로마츠의 불호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팔을 한쪽씩 붙잡곤 투닥거리는 둘에게 밤새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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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장남이랑 싸운다고 불필요한 힘을 써버렸다….
피곤해라… 게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야 된다니, 역시 나 같은 쓰레기한텐 무리일지도….
쵸로마츠 형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눈치 빠른 형이니까 말하진 않겠지.
잡고 있는 팔의 주인을 올려다보면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오뚝한 코는 위를 향해있고 평소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은 감겨 있다. 촉촉해 보이는 입술은 조금 벌어진 체였는데 볼을 만지면 뭔가를 먹는 꿈이라도 꾸는지 음냐 거리고 있다.
초등학생이냐? 음냐라니.
옆에 있는 멍청이만 없으면 입을 맞춰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일어나 있는 듯하고, 들켰다간 더 이상 이 집에서 살아갈 용기가 없을 것 같다.
나에게 유일하게 믿어준다고 말하는 너. 말하지 않아도 내가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단번에 알아내는, 빛이자, 신이자, 살아가는 이유.
그런데도 나는 이 사람한테 상처만 주고 있다. 다가오는 친절함에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상냥하게 웃어오는 얼굴을 욕으로 돌려주고 있는, 전혀 솔직하지 않고 이기적인 나.
알고 있어 언젠가 넌 너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긴다면 내 곁을 떠날 테고,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오소마츠 형이 나에게서 너를 빼앗으려고 할 거야. 그전에 내가 널 이곳에서 데리고 나갈 수는 없는 걸까. 형제가 아니라 나의 연인으로서.
미안해, 그리고 좋아해, 사랑하는 나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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