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컴퓨터를 못 쓰기 때문에 주말에는 적을수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이번달은 학교 프로젝트가 겹치기 때문에 못올리는 날이 많습니다
많이 뛰어 넘은 듯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이야기도 많이 부족한 듯 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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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울려 퍼지는 통증은 아무것도 하기 싫게 만들었다.
쵸로마츠가 자주 쓰는 알람용 시계가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지만 니트인 우리들에게 날짜와 요일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언제나 똑같은 나날들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특이하게도 오늘은 이른 아침인데도 조용하다. 오소마츠의 코 고는 소리와 이리저리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토요일 점심때부터 2일 동안 다 같이 마시며 가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어젯밤에서야 집에 들어왔다. 돈은 어디서 났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아마 쥬시마츠와 토도마츠가 밥을 산다고 했었으니까. 아, 오소마츠가 경마 이긴 것도 한몫했었지….. 하지만 그 가게는 마지막에 간 가게 같은데…. 기억은 조각조각나 언제 일어난 일이었는지 불분명하다.
일어나지는 않고 그저 이불속에서 눈만 뜬 채 모두의 일정을 생각해본다. 토도마츠는 아마…. 미팅 일려나? 그럼 쵸로마츠는… 구직소에 가는 날이 아닌데…? 쥬시마츠는 이 날씨에도 야구를 하러 나간 걸까. 이치마츠랑 오소마츠는 어디로 간 거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면 텅 비어있는 이부자리와 여기저기 널브러진 옷들. 다들 급하게 나간 것인지 후드와 잠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 가지도 않았다. 술도 덜 깼을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혹시라도 짓궂은 장난을 치려고 집안에 숨어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밑에 내려가도 아무도 없다.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와 작은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만이 나를 귓가를 맴돌 뿐이다.
“쥬시뫄~츠? 숨어있어도 난 알 수 있다고? 토도마츠, 어두운 곳엔 거미줄이 있을 수도 있으니 나오는 게 어떻겠는가.”
킥킥 소리라도 들릴세라 발소리를 죽인 채 이곳저곳 돌아다녀봤지만, 헛다릴 짚은 듯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2층에 다시 올라와봐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그저 나 혼자 들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저분한 방을 보며 일단 청소를 하자고 마음먹고 이불을 들었지만 원래의 보송보송함이 없는 솜은 축 늘어졌다. 밖은 눈이 조금 쌓인 것을 제외하면 따스한 햇살이 반겨주는 매우 밝고 아름다운 날이다. 좋다! 브라더를 위해서라면, 이런 이불 정도, 간단히 털어주지! 모두를 생각하며 창문을 열면 매섭게 들어오는 바람. 온몸의 살결이 떨어질 것 같다. 하지만 남자란 한번 시작한 일은 끝내야 하는 법! 큰 맘먹고 크게 한번 털면 반동으로 인해 내 몸 전체가 흔들린다. 떨어지지 않게 하는데 제법 애썼다.
한바탕 몸을 쓰고 나면 허기가 진다. 내려가 보니 장바구니가 식탁 위에 올려져 있다. 안을 들여다보면 하얀 종이에 적혀있는 재료들과 메시지. 맨 첫 줄엔 내 이름과 함께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나가라는 엄마의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나를 지정한 걸 보면 이미 마미가 집을 나가기 전에 모두들 집에 없었거나 모두들 나갈 준비를 했다는 말이 된다. 정말 너무하군 브라더들. 나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가버리다니….
허기도 단번에 사라지고 우울한 기분만 더 해졌다. 이런 기분으론 가족들 중 누가와도 반겨 주지 못할 것이다. 자, 나가자.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오면 모두들 돌아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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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의 번화가는 한가하다. 모두 학교나 직장에 있을 시간이고 아기들도 낮잠을 즐기는 좋게 보면 평화로운, 나쁘게 보면 쓸쓸한 거리를 평소보다 무거운 짐을 들고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춥고 심심했다. 혹여나 누군가와 마주치진 아닐까 주위를 계속 둘러봤지만 모르는 사람들뿐이었고, 평소 가는 골목길이라던가 다리 위를 가보아도 다람쥐 한 마리 조차도 없었으니까 헌팅 갈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형제들 중 누군가 나를 보고 달려오진 않을까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소리로 “다녀왔다, 브라더들!”이라고 해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넣어두고, 싱크대 가득 있던 접시들을 씻고, 쌀을 안친 다음, 거실에 앉아 있자니 텅 빈 거실이 어색하다. 거울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먹지도 않을 귤을 굴리며 문쪽을 바라봤다. 때때로 들리는 자전거 소리와 자동차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신이 멀어진다. 이젠 피곤하다. 내가 왜 문고리를 잡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2층의 소파에 누워 담요를 덮고 눕는다. 깜깜한 천장이 오늘따라 높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적은 싫다. 언제나 정적과 고독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거 원하지 않는다. 고요하고, 심심하고 무섭다. 마치 폭풍우 전 바다와 같은 이 불길한 느낌. 그저 언제나와 같이 모두와 함께이길 바라. 일어났을 때는 모두들 돌아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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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잠에 들지 못했다. 양을 2000마리까지 셌지만 무리였다. 작은 물방울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지라 자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 꼬르륵 울리는 배는 오늘 하루 종일 굶고 있었다는, 슬슬 저녁시간이라는 것을 알렸다. 오늘 저녁은 뭘가하며 할 수없이 뜬 눈으로 들어오는 광경은 숨을 멎게 할 정도로 매우 아름다웠다.
뉘엿뉘엿 지는 저녁노을의 새빨간색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따뜻하고 의지되는 형의 색. 마치 다녀왔다고 인사하는 듯이 나를 감쌌다. 밖을 보면 햇빛에 반사되어 이 시간대에만 볼 수 있는 색으로 구름들이 밤을 준비하고 있었다. 빨강 위에 분홍, 그위에 옅은 노랑과 보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초록. 아름다움에 홀려있던 중 이 배경과 겹치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 날 노을과 같은 색의 형제들. 눈부시게 완벽해 보이던 다섯 명의 미소.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나와 다르게 밝게 웃으며 사라져 가던 형제들.
일어났을 때 들리길 바랬던, 기대했던 쥬시마츠의 우렁찬 목소리도, 오소마츠 형과 쵸로마츠의 말다툼도, 이치마츠의 친구들도, 토도마츠의 핸드폰 알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 또다시 버려진 건 아닐까…. 그러니까 아침에 날 두고 떠나간 건 아닐까. 그런 건 싫어… 툭, 담요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어디서 온 걸까. 지붕이 새는 건가? 아…. 그래도 이 물은 따뜻한걸….
“토도마츠….. 쥬시마츠…. 이치마츠… 쵸로마츠…. 오소마츠…..”
천천히 모두의 이름을 되새기면 물의 양도 늘어간다.
“모두들 어디로 간 건가….”
점점 어둠이 방을 지배해가며, 나를 덮쳐오고 있다.
“바보, 아냐?”
“헉!”
콩, 하고 딱밤을 맞아 뒤를 돌아보면, 소파 뒤쪽에 걸터앉은 이치마츠가 나타났다.
“울긴 왜 우냐? 어린애도 아니고.”
“언제부터 거기.. 문 열리지 않았는데..?”
“지금 막 돌아왔는데? 그냥 고양이들이 다니는 길로 와서 발코니로 들어왔을 뿐.”
“에… 대.. 대단하군 이치마츠! 2층으로 들어올 수 있다니….. 미…. 미안하다.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 테니까.”
꼴사나운 모습이다. 동생 앞에서 울다니, 절대 안 될 모습.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고 하면 차가운 손이 내 팔목을 붙잡는다.
“더 울 거면 여기서 울어도 되니까.”
“그러니까 브라더, 울지 않는다니까?”
“칫, 형 노릇이 하고 싶으면 토도마츠나 쥬시마츠한테 하라고. 자, 티슈.”
“이치마츠….”
“내가 말하지. 허세 부리지 말라고. 뭐가 무서웠는진 모르겠지만 감추려고 하면, 나 나갈 거야.”
조용히 응시하는 이치마츠의 검은 눈동자는 나를 비추고 있다. 뚱한 표정에 두 눈은 물기 투성이, 눈썹은 축 늘어진 채로. 그날 냇가에 비치던 초라한 내 모습. 하지만 오늘은 혼자가 아니야. 이치마츠가 같이 있어. 온기가 느껴져.
“우윽… 어디 갔다 오는가…”
“아아… 그럴 곳이 있으니까.”
“다들 말도 없이 사라져서…
“응…. 미안해.”
“다녀왔습니다 스루!”
“쥬시마츠 형, 욕탕에서 씻는 것부터 하지 않을래? 진흙투성이잖아! 도대체 뭘 하다가 온 거야?”
“아아… 피곤해~ 시원한 맥주 마시고 싶어.”
“쿠소 장남! 내 발 밟지 마!”
쿵쾅 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모두는 차가웠던 방안을, 어둠을 없애가며 나에게 다가왔다.
“카라마츠 형? 집에 있었으면 대답해주지 그랬어. 랄까, 울고 있는 거야?”
“이봐, 이치마츠. 아무리 싫어도 울리는 건 아니지 않아? 형아, 이젠 걱정이라고”
“내가 울린 건 아니거든.”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방안. 모두의 목소리와 온기가 퍼져온다.
“돌아왔구나….”
“형아! 우는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엑! 왜 울고 그래! 손수건 여기 있으니까.”
“카라마츠~ 이 형아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밀지 마! 우왓!”
오소마츠가 모두를 밀면서 내가 가장 밑에 깔린 그런 상황이 되었다. 아파… 하지만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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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돌아오시고 저녁을 먹었다. 그런 뒤 목욕을 가야 했지만 모두들 피곤하다고 했기에 둘이서 짝을 지어 목욕을 하기로 했다. 뭘 하고 왔는지 묻고 싶지만 다들 피곤해 보이고, 아까 이치마츠도 얼버부렸으니까, 묻지 않기로 한다. 오소마츠와 같이 들어가게 된 나는 가장 마지막 차례였기에 방으로 들어올 동생들을 위해 이부자리를 펴두고 히터도 적당히 틀었다.
“카라마츠~ 아직 멀었어? 나 먼저 들어간다?”
“아아, 금방 가도록 하지!”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면 형은 이미 옷을 벗고 머리를 감고 있다. “빨리 뜨~거운 물에 들어가고 싶어!”라며 열심히 감리를 감고 있는 형의 등에는 자잘한 상처가 있다.
"형, 등에 상처가 났는데...."
"아... 이거? 아까 뒤로 넘어지면서 긇겼나봐. 나 먼저 탕에 들어간다~ 빨리 들어와."
얼른 머리를 씻어낸 오소마츠는 개구리처럼 퐁당 물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피곤했던 건가.
물이 식기 전에 들어가기 전에 나도 머리를 감기 시작하자 오소마츠가 내 쪽을 본다.
“앗 뜨거워!”
“킥킥, 명중이지롱.”
“뭐 하는 건가 오소마츠.”
물을 뿌려오는 오소마츠에게 눈살을 찌푸리면 익살맞은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있지, 카라마츠”
“왜 그러지?”
“좋아해.”
“? 무슨 소린가. 갑자기.”
“응….. 우리 모두 널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널 버리거나 그러지 않아.”
“알고 있다고? 사랑하는 브라더들에게 사랑받는나!”
“그-니-까. 울지 말라고 하는 소리야 바보~”
갑자기 말해오는 말들은 아까 내 마음을 읽은 듯해서, 울컥했지만, 오소마츠 앞에서는 울고 싶지 않아. 장남에게는 당할 수 없는 거겠지만.
“얼굴 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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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가면 모두들 지쳤는지 이미 자리에 누워있다. 랄까…. 쥬시마츠만 빼고.
“형! 이불을 가지고 가면 반대편에 자는 사람은 추우니까!”
“하앗! 김밥 놀이! 내가 단무지 할래!”
“아악! 쥬시마츠! 그만둬!”
이불 한쪽을 잡고 데굴데굴 굴러온다. 그러면 토도마츠부터 하나씩 이불속으로 말려 들어간다.
“앗! 오소마츠 형, 카라마츠 형도 들어올래?”
“아~니! 난 샐러드다! 위에 올라갈 거야!”
“미친 장남이! 나와!!!!!”
“카라마츠도 일로 와. 마츠 덮밥 만들자고.”
“그게 뭔가…. 동생들 힘드니까 나와.”
“싫지롱~ 이리로 오라니깐.”
팔을 잡아당겨지면 그대로 모두가 있는 이불 위로 넘어진다.
“아악!!! 사람 죽일 셈이냐 쿠소 마츠!”
“이치마츠 형! 손톱으로 할퀴지 마! 아파!”
“정말!!!! 다 나와!!”
결국 쵸로마츠의 잔소리를 끝으로 취침하기로 했다. 자리에 눕자 한쪽은 쥬시마츠가, 다른 쪽은 토도마츠가 손을 잡아 와 준다.
"무슨 일이지, 브라더들?"
“있지, 내일은 나 한가한데, 하고 싶은 거 없어?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할 거라면 우리끼리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야구장! 몸을 움직이면 재밌어!”
“그럼 스포츠센터도 괜찮을 지도. 저번에 여자애들이랑 같이 같던 곳 괜찮았었지, 아마?”
“톳티! 그런 곳도 아는 거야? 갈래, 갈래!”
“하하… 그래 전부 가보도록 할까.”
막내들의 이런 권유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잊게 해 준다..
사랑하는 형제들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 조금 비겁한 나라도 더 사랑해 주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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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듯한 형은 살짝 웃고 있다. 이 사람 바보니까. 예전부터 옆에서 지켜보는 난 알고 있다고. 오소마츠 형보다도 외로움 쟁이에, 쵸로마츠 형보다 더 섬세하고, 이치마츠 형보다도 겁쟁이고, 쥬시마츠 형보다 눈치가 빠르고 나보다 더 울보. 그러면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니까 당하기 일수인 형. 그런데도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서 무슨 일을 부탁받아도 흔쾌히 받아들이는, 나의 파트너. 나라면 힘들게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오소마츠 형이랑 이치마츠 형처럼 장난감이 아니라 정말 곁에 있어줄 수 있는데도, 절대 한 사람만 사랑해주지 않는다. 그런 넌 가장 잔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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