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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카라마츠와 잠자리 전쟁

[카라른] 간병이라는 명분 -2 (쵸로 카라 토도)

  • 안녕하세요! 네 늦은 점 사과드립니다.
  • 점점 애들 시점이 어둠화되고 있습니다.....
  • 뭐든 재밌게 봐주실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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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로마츠 시점

알람시계가 울리자마자 꺼버리고 이불속에 들어가 한참 내적 갈등에 시달렸다. 벌써 아침? 일어나기 싫어. 하지만 나가야 되는데. 이젠 겨울이라서 추워.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는 삶, 최고로 행복해! 어레? 나 왜 나가야 됐더라? 오늘은 냐짱 공연도 없는데, 4시간 정도 더 자도 되지 않아? 나 분명 니트잖아?

그러곤 바로 벌떡 일어났다.

맞아. 난 일하러 가야 돼. 저번 주부터 시작한 알바. 다음 주까지만 더하면 되니까 그때까지만 힘내자.

문뜩 왼쪽을 보면 나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게 한 원인이 마치 동면을 하는 햄스터 마냥 두 바보들에게 꼭 안겨져 있었다. 특히나 오소마츠 형은 뒤에서 꽉 껴안은 뒤 머리를 감싸주고 있었다. 뭐야, 저 상황은. 힐링이 되면서도 기분 나쁜 데요?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을 보니 카라마츠 머리맡에 놓여있는 약 쟁반이 보인다. 게다가 형의 손 틈 사이로 보이는 수건. 카라마츠 아팠었던 거야?

카라마츠의 약간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뭔가 내 자리를 빼앗긴 기분에 토라졌다. 보통 간호는 내 담당이다. 대부분 다쳐오는 형제를 처음 발견하는 쪽이 나이기 때문에 구급상자의 위치나, 상황에 따른 약의 종류와 그의 양을 외우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쳐오는 거야 평범하지고 대수롭지 않은 거지만 카라마츠가 다치는 경우는 때때로 상처가 심하거나, 심한 감기가 걸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카라마츠를 치료할 때는 약 냄새가 진동한다는 이유로 모두들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런 카라마츠를 치료해주는 게 나의 작은 행복이었다. 북적북적한 매일 중 어쩌다가 한 번씩 생기는 둘만의 시간이니까. 다른 바보들과는 다르게 조곤조곤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때때로 제대로 된 상담도 해오니까. 여전히 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곧 풀어져버려선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보는 게 나의 목표.

조그마하게 혀를 차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엔 분명 저 장남이 제대로 간호해주겠지. 바보 같아 보여도 때가 되면 사람이 바뀌는 게 우리 집 장남. 특히나 카라마츠는 그의 레이더 망에서 사라지면 엄청 무서워질 때가 있으니까. 그의 파트너인 나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가 카라마츠를 향해 갖고 있는 감정은 비뚤어져있다는 걸. 물론, 녀석뿐만은 아니다. 이치마츠도 토도마츠도 카라마츠에게 대하는 태도는 모두 잘못된 애정표현. 이 집안에서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건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 나가 계신 아빠와 본인밖에 없다.

 

“이제 일어났구나. 밥 먹으렴.”

“고마워, 엄마. 아, 국 정돈 내가 뜰게.”

아침은 언제나의 된장과 꽁치구이, 그리고 계란말이. 하지만 그 위에 따뜻하고 고소한 향이 풍겨져 온다.

“죽이야?”

“그렇단다. 카라마츠가 아프다고 하더구나. 아플 땐 소화도 잘 안되니까. 조금 먹고 싶니?”

“늦었다. 엄마, 나도 밥 좀 줘”

엄마에게 거절하려는 찰나, 토도마츠는 정신없이 머리를 빗으며 나타났다.

“어이, 밥 먹는 곳엔 머리카락 날리지 말아 줄래?”

“늦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아, 생선은 됐어. 그냥 먹을래.”

“쳇. 막내면서 자기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살다니…”

결국 모자를 쓸 거면서 머리를 단정하게 하겠다는 저 고집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단정해 보이고 싶다면 더 빨리 일어나면 될 텐데.

“쵸로마츠 형도 빨리 가야 되지 않아? 일 잘려도 모른다?”

“누굴 걱정하는 거냐, 너…. 다음 주 토요일까지 였잖아? 모두와의 약속을 안 지킬 녀석은 장남 말고 없을 테니까.”

“예 이예가~ 잘 먹었습니다! 다녀올게요”

“오늘도 수고하렴.”

자기 할 말만 다하고 나가버린 토도마츠의 뒤를 째려보다가도 시계가 째깍거리는 것을 알아채고 서둘러 밥을 먹었다.

체온계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려는 순간 나간 줄만 알았던 토도마츠와 마주쳤다. 상대는 놀란 기척도 없이 “뭐야, 동정 딸딸 마츠 형이었잖아.”라고 말하며 내려가 버렸다.

‘누가 동정딸딸마츠냐…..!’

소리 없는 외침 속 머리를 식히고 카라마츠 쪽으로 다가가 보면 아까 없었던 물건이 쟁반에 올려져 있다. 꽤나 아끼던 조금 비싼 값에 샀던 항균 스프레이. 결벽증이 있다고 자칭하는 녀석이 들고 다니는 필수품. 아직 쓰지 않은 새 것인 마냥 내용물은 가득 들어있다. 이번 간호는 완전 패배네. 체온계가 전부라니….

39.6도. 아픔을 나누지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라보는 것뿐.

미안. 카라마츠. 그래도 너 만큼은 지켜주고 싶어. 언젠가 지금의 알바가 아니라 정말 일자릴 구하면 제일 먼저 집을 살 거야. 거기서 너와 함께.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행복한 시간을 지내길...

 

  • 토도마츠 시점

사실 쵸로마츠 형보다 내가 먼저 일어났었다. 하지만 이불밖에 나가기 전 들끌어오르는 감정에 몸이 굳었다. 카라마츠 형이 오소마츠 형과 쥬시마츠 형의 유일이 되고 있는 시간. 싫어. 그건 내 파트너야. 내 형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보살펴주겠다는 핑계로 이곳저곳 만지는 거잖아? 정말 싫은데요?

특히나 오소마츠 형. 장남이라는 이유로 다른 형제들에게 무언의 폭력을 가하고 있다. 언제나 감시하는 듯한 눈으로 우릴 보며 카라마츠 형에게 다가가는 사람을 경계한다. 미안하지만 카라마츠는 내 거야. 넌 카라마츠에게 유일한 형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형이기 때문에 나와 너를 고르라고 말하면 카라마츠는 나에게 손을 뻗을 테지. 난 카라마츠를 잘 아니까. 다른 사람보다 약한 척을 해오면, 조금 아픈 기세를 보일 때 카라마츠는 나를 걱정하며 뛰어오니까. 후훗, 막내의 특권? 아니, 이건 나니까 가능한 거야. 상냥한 미소를 보여주며 상냥하게 굴다가도 매번 붙어있는 게 아니라 때로는 거리를 두면 상대방은 어쩔 수 없이 내 쪽으로 끌리게 되어있어. 그래. 카라마츠 형은 장미를 좋아했지? 난 가시덩굴 사이에 핀 장미인 거야. 날 좀 더 갈망해줘.

쵸로마츠 형도 꽤나 심기 불편했는지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 모두들 카라마츠와 조금이나마 같이 있으려고 애를 쓰는데 지금은 장남이 독점하고 있으니까. 지금 일어나면 아침부터 쵸로마츠 형의 잔소리를 들어야 될 것이다. 일에는 늦겠지만, 조금 더 누워있는다.

아침을 끝내고 나가기 전 가방을 체크한다. 귀여운 케이스의 핸드폰, 메모지와 작은 스프레이 통. 신발을 신으려다 다시 위로 올라갔다. 내 옷장에서 꺼낸 아직 쓰지 않은 항균 스프레이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내 거야, 내꺼야, 내 거야. 오소마츠 형의 철벽방어에 카라마츠 형을 만질 수 없다. 기분 나빠.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예전에 썼던 화염방사기로 전부 태워버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이걸로 참는다. 쟁반 위 물컵 옆에 내 것과 같은 스프레이를 올려두고 방을 나선다. 쵸로마츠 형과 마주쳤지만, 나는 나만의 망상에 빠져 쵸로마츠 형이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걸 들고 다니면서 써준다면, 조금이나마 저 악마들에게서의 채취와 더러움이 사라질 테지. 그리고 그거 네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향이니까. 나와 같은 향기로 물들어줬으면 좋겠어, 카라마츠.

 

  • 카라마츠 시점

다시 일어났을 땐 이미 오후를 넘긴 시간이었다. 아직 몸살은 계속되고 있어 온몸이 아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날 슬프게 한 건 어느새 사라진 오소마츠의 온기. 어느샌가 손님방으로 옮겨진 나는 쥬시마츠의 작지만 활기찬 인사에 안심했다.

“안녕하심까! 잠꾸러기네, 카라마츠 형아는.”

“아아, 아름다운 사람은 잠을 많이 잔다고들 하니까.”

“헤헷, 그럼 내가 키스해야 일어나는 거야?”

“훗, 난 잠자는 공주가 아니라고?  멋진 왕자님상이잖아?”

“시끄러워 쿠소 마츠. 아픈 거 아녔냐고….”

갑자기 등장한 이치마츠에 놀라 몸이 살짝 튕겨 올랐다. 그렇게 무섭게 나타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브라더…. 언제나지만 차가운 이치마츠의 말투에 눈물이 맺혔다. 아니다, 이건 열이 나서 땀이 나는 거야….. 순식간에 다가온 이치마츠가 손을 올리자 맞는다고 생각하여 한껏 눈을 감았다.

“뭐하냐, 너? 자, 물이랑 약. 빨리 나아야 고양이를 데리고 오지. 걔넨 아파도 약을 사줄 수 없으니까…. 핫팩도 가져왔으니까 허리 아프면 써. 난 나간다.”

“에... 엣? 아… 고맙다, 이치마츠….”

“고마우면 빨리 났으란 말이다!”

“힉! 네! 이치마츠 사마!”

쾅하고 문이 다치고 잠시 뒤 무언가 계단에서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거하게 굴렀는지 집안이 흔들릴 정도였다. 걱정이 되어 일어나려 했지만 쥬시마츠가 강제로 날 눕게 만든지라 어쩔 수 없었다.

“엄청나게 용기 냈네.”

“뭐가 말인가?”

“아냐. 배고파? 엄마가 죽 만들어 주셨어!”

“아아, 부탁해도 되겠는가. 사실 무척이나 배가 고프다.”

“아이아이!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쌩하고 달려 나간 쥬시마츠. 텅 빈 방안에 이치마츠가 넘겨준 핫팩이 외로움을 달래준다. 순간 마음 한쪽이 죄여 오듯 아팠지만, 혼자 되새겼다. 괜찮아. 쥬시마츠가 금방 돌아올 거야. 그때완 모든 게 달라. 팔도 다리도 머리도. 붕대로 감겨있지 않잖아? 분명 난……

머리맡에 놓여있는 꽃병에는 민들레가 한가득 담겨있다. 분명 쥬시마츠일 테지. 노랗고 하얀 민들레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분명 하얀 민들레의 수가 더 많다. 찾기 어려운 녀석인데 어디서 가져왔을까. 쥬시마츠는 둘이서 읽었던 꽃 도감의 내용을 기억할까.

“카라마츠 형아! 가져왔어!”

“오우, 고맙군.”

“더 먹고 싶으면 더 가져다줄게!”

“고맙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

집에서 찾을 수 있는 용기중 가장 큰 그릇에 양 것 담긴 닭죽. 그래도 맛있게 하고 싶었던 건지 깨소금이 뿌려져 있고 작은 용기에 간장 조금도 덜어왔다. 어느새 듬직한 동생이 된 쥬시마츠를 보며 한입 머금은 죽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기쁨이 차오르는 느낌.

“쥬시마츠, 이 민들레들은 쥬시마츠가 가져다준 건가?”

“응! 형도 민들레를 보면 활짝 웃지 않을까 싶어서!”

“아아, 고맙군. 정말 예뻐.”

쥬시마츠에게 꽃말은 조금 어려웠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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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아니어서 제목에 커플링을 달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점점 다른 이야기가 되어가는 느낌이네요.... 

노랑 민들레- 고마움

하얀 민들레 -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