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카라 입니다.
생각나는대로 적당히 썼습니다. 이상한 부분 지적해주세요!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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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로트가 도착한 곳은 크고 작은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있는 낡은 집이었다. 이런 곳에서 무얼 하려는 생각일까. 무계획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지라, 일단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해는 이미 머리 위에 있었지만 날씨가 어두운 탓일까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까마귀와 들고양이들이 무언가 기다리는 듯 내 주위를 서성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들어가 볼까라고 생각한 찰나 어두운 기운이 집안에서 맴 돔과 동시에 그는 어떤 남자를 안고 집안을 나왔다. 날개를 들어낸 그는 언제든지 내 쪽으로 날아올 수도 있었기에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뒤쪽에서는 안겨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고 아스타가 무어라 중얼거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조금 망설이던 그는 곧 그의 검은 날개를 접어 넣곤 거리 저편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선뜻 손을 댔다간 오히려 당할 수도 있으니 일단은 미행이라도 해야 근거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발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그 자식, 감히 날 속이다니!”
거리에서 봤던, 아스타가 하고 있던 얼굴과 똑같이 생긴 남성이 불그락 푸르락 화를 내면서 집안에서 뛰쳐나왔다.
“당장 나와! 카라마츠를 돌려달란 말이야!”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슬프게 메아리쳤다. 이리저리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어느 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은 그의 눈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 눈물은 어떤 괴로움을 담고 있는 걸까.
하지만 그의 눈물보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짙은 붉은색은 나를 경악하게 했다. 곧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휘날리는 붉은 기운은 위태로워 보이는 그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당신은 그 자의 힘에 휘둘리고 있군요.”
몸과 입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새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었다. 신의 허락 없이 인간에게 말을 걸다니, 나도 배짱이 늘었군.
남자는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조금 놀란 듯해 보였지만 곧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보며 말했다.
“너…. 넌 누구야. 설마 나 놀리려고 하는 건 아니지? 금방까지만 해도 자기를 악마라고 말하는 녀석이 나타나서 나를 골탕 먹인 것뿐만 아니라 내 소중한 동생을 데리고 갔거든? 차라리 아직 꿈속이라고 해줘."
"동생..... 그렇군 그럼 아까의 그 남성은 당신 동생분이로군요. 안타깝게도 아스타로스는 그와 함께 저 쪽으로..."
"저쪽! 고마워!"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땅을 박차고 일어나는 남자는 금방이라도 부러질듯한 허수아비 같았다. 텅 비어있는 마음. 이건 아스타로스의 짓이구나.
또 한 번 몸이 움직이고 이번엔 숨겨두었던 날개도, 링도, 전부 나타났다.
"가기 전에 당신 안에 머물러있는 악을 없애드리도록 하지요."
"비켜, 난 지금...."
지금의 나로는 아스타로스를 막을 수 없겠지만, 똑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 이 자라면 그를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자에겐 나와 같은 슬픔을 갖지 않게 할 수 있는 걸까.
신이시여, 이런 이기적인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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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거리를 채우고 정적만이 흐르는 곳에서 카라마츠를 닮은 남자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는 아름다운 푸른빛이 맴돌았고 그가 내 가슴에 손을 올리는 순간 몸안에 온기가 퍼져 나왔다. 등 뒤로 보이는 하얗고 푸른 날개. 머리 위에 두둥실 떠다니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장미로 꾸며진 고리, 마치 동화 속에 나올듯한 하얗고 긴 봉.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게 해 주었다. 뭐, 악마가 있는데 천사가 없다고 하면 그것도 이상한가.
점점 퍼지던 온기를 만끽하던 내 손에 떨어지는 물방울.
엣. 뭐야. 나… 울고 있어?
뭔가 그리운 느낌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
아까 카라마츠를 빼앗긴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 강하고, 그리운 느낌이다.
가슴을 죄어오는 아픔. 이건 뭐지?
머릿속에는 카라마츠와의 기억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다. 어렸을 때 둘이서 나눠먹었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바닷가에서 봤던 노을처럼 아름다운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당신의 텅 빈 마음을 채워드릴 순 없겠지만, 이젠 악마의 힘이 당신에게 닿지 못할 겁니다. 이젠 당신이 채워나가야만 합니다.”
그렇게 말한 천사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무언가 중얼거렸다.
“당신에게 신의 축복이 내리길.”
그 말과 함께 이마에 떨어진 가벼운 키스를 끝으로 푸른 깃털이 거리에 흩날리고 천사는 내게서 멀어져 갔다.
“잠깐! 너의 이름은?”
“미카엘. 미카엘이라고 합니다.”
“가지 마! 뭔가 더 알려줘.”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동생을 찾으세요. 당신이 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때 당신을 찾아가겠습니다.”
나직이 말한 그의 말. 필요할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면 지킬 것이다. 서서히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며 생각했다.
혼자 남겨진 나에게 할 일은 단 하나.
카라마츠를 찾는다. 그리고 데리고 오는 거야. 집으로. 우리들 곁으로.
하지만 막상 어디로 갔는지를 알 수 없었다. 길에서 누군갈 붙잡고 물어볼만한 것도 아니고, 악마니까, 이미 멀리 가버렸을지도?
고민 끝에 깨달았다. 나,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었지. 일단 마음 내키는 대로 가보자. 내가 갖고 있는 건 감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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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더 있는 거야?”
너무 작은 방을 골랐던 탓일까, 더 이상 남아나지 않는 공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이 아름다운 불꽃들은 이미 건물 밖으로 벗어나버렸다. 이 불꽃들은 카라마츠가 소중히 여기는 추억들을 모아둔 것으로 꿈속에 있는 카라마츠가 그 추억들을 부정하고 밀어낼 때마다 생겨 나오는 것이었다. 즉, 버려진 추억들, 이란 것이다.
물론 일반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다. 꽤나 영력이 높은 사람이거나, 인외의 것들만 보이기 때문에 딱히 문제 될 건 없지만, 나중에 처리하기 귀찮아질 거다.
“있지, 얼마나 많이 간직해둔 거야? 이런 작은 것까지 기억하고 있다니, 지나치다고, 너.”
고등학교 때 나란히 하굣길을 걸으며 했던 말들, 중학생 때 아픈 자신을 간호 주었던 날, 초등학생 때 받은 스티커, 심지어 5살 때 장난 삼아 볼에 키스한 추억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도대체 언제부터 좋아해 온 거야?
처음엔 신기롭게 보던 불꽃들은 끝이 보이지 않게 되자 지루해졌다. 똑같은 녀석뿐이고, 관심은 커녕 아무런 생각도 안 해 보이는데, 카라마츠에게 사랑받고 있다니. 불공평하다. 인간들은 언제나 원할 때 사랑할 수 있지만, 난 아닌데.
죽은 듯 누워있는 카라마츠를 보면 겹쳐 보이는 녀석의 얼굴.
지금은 뭘 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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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로스. 오늘은 쉬는 건가.”
“아, 미카엘! 너도? 러키네~”
“당분간은 내려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간들은 전쟁 중이니까. 이럴 때 신께서는 인간들을 보려고 하지 않으시지.”
“전쟁은 악마와 천사들끼리 해도 충분한데 말이야. 왜 같은 종족을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
“왜 그래?”
“넌, 내가 부탁하면 들어줄 텐가?”
“물론이지! 뭔데? 말해봐, 내가 뭐든 들어줄 테니까.”
“.... 빛을 조심해라.”
“? 무슨 소리야. 돌려 말하면 모른다고.”
“너무 위를 향해 가게 되면 떨어지게 된다. 빛이 있다는 건 어둠도 있다는 거니까. 그리고 난, 네가 그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걸 원치 않아.”
“지옥에 가지 말라는 거? 어쩔 수 없잖아, 난 싸워야 되니까, 천계와 하계를 왔다 갔다 하는 건.”
“...... 그렇지. 신경 쓰지 마라.”
“정말, 싱겁다니까. 우리 정원에 가지 않을래? 네가 좋아하던 장미, 피었다고.”
“미카엘. 너,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미안….. 일은 끝났는가?”
“그것보다 네가 더 중요해! 물, 갖다 줄까?”
“아, 그래 주겠나. 아무래도 마지막에 만났던 악마의 저주에 걸린 듯하군.”
“그런 건, 너의 전문이 아니잖아! 왜 내려간 거야!”
“미안하군 아스타로스.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 루시퍼와 너무 자주 있는 건 아닌가.”
“응? 아, 하계의 활동에 대해서 자주 물어보더라고. 이상한가?”
“.... 저번에 내가 해준 말 기억하는가?”
“어떤 거?”
“.... 아무것도.”
“미안하다, 아스타.”
“어째서…..?”
“내가… 약하니까…..”
“미카엘! 그만둬!
“사 랑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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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잠이 든 걸까. 머리가 아프다.
눈을 떴는데도 어둡다. 게다가 차가워.
주위에 있는 파란 구슬만이 주위를 밝혀주고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손을 조금 움직이면 부서진 구슬 한 개가 소리를 내며 구르고 있다.
이곳저곳 꽤나 부서져서 곧이라도 반으로 쪼개질듯하다. 그래도 아름다운 색을 담고 있는 구슬을 조심히 들어 올리면 순간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오소마츠의 무서운 목소리.
“어디 가는 거야?......... 계속 이럴 거야? …. 거짓말할 거야?”
마음을 강하게 찔러오는 말들을 집 적적으로 머리에 새겨 넣는다는 느낌.
히익, 하는 소리와 함께 구슬을 떨어뜨렸고 순식간에 깨져버린 구슬은 사라져 버렸다.
하앗…… 뭐야… 싫어, 이런 건. 주위에 있는 다른 구슬을 들어 올릴 때마다 이런 걸 봐야 한다면, 보고 싶지 않다. 다 버려버리고 싶어. 감히 손을 댈 수 없다.
무서워. 외로워. 괴로워.
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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