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카라입니다.
이번주, 다음주, 프로젝트 마무리로 바쁜지라 업로드를 자주 하지 못합니다. 양해해주세요.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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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
아아, 보고 싶지 않았던 녀석을 보고 말았다. 몆만 년 동안 녀석을 피해 다녀왔지만, 지금은 내 몸이 머리보다 앞서가고 있다. 신이 나를 이쪽으로 인도하신 이유도 저 녀석일 테지만, 운명이라는 것은 매우 괴로운 것이다.
나와 같은 아름다운 날개를 갖고 있던, 나보다 세고, 용감하고, 주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를 갖고 있던 너는, 인간들 사이에서 웃고 있었다. 누군가의 부름이 신의 축복인 것 마냥 즐거워하며, 걸음을 옮기는 널, 그냥 볼 수만은 없었다.
마지막에 너에게 해주었던 말을 잊은 거야?
눈 앞에 쓰러져있는 동생을 안고 있는 녀석을 응시하고 있으면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듯 동생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있지, 이 녀석은 네가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옷 사이로 보이는 붉은 자국 하나하나를 얼러 만지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녀석에게 달려들어 몇 대 쳐주고 싶었지만 녀석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렸을 적에 네가 한 말을 되새기면서, 언제나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데리러 올 거라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 줄 거라고 굳건히 믿고 있었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여전히 나를 보고 있지 않은 두 눈은 동생을 향해 있었다.
알아차려주길 기다렸다고? 알까 보냐, 그런 난센스
“모르는 게 당연해.”
나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정곡을 찌르듯 한 말은 또 내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웃고 있는 눈꼬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소중한 동생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날 어이없게 한다. 모르는 사이에 나랑 똑같이 생긴 이상한 녀석이 내 동생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좋아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화가 났다.
“너, 누구야.”
“그 감정들은 내가 만들어 준 거니까 말이지,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이 상냥한 녀석의 갈등을 해결해줄 수 있었던 건 네가 내 마법에 걸려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누구냐고!”
“알고 싶어? 좋아, 하지만, 그 대가로 이 녀석, 데리고 가도 좋지?”
“웃기지 마! 그런 거 허락해 줄 것 같냐!”
“물론, 너에겐 선택권이 없어.”
순간 녀석의 등 뒤로 펼쳐져 나온 검은 날개는 복도의 반을 가득 채웠다.
“이름은, 알고 있겠지? 아스타,라고 부르는 동생의 말을 엿들을 정도로 용기 있는 형이었으니까? 아스타로스, 그게 나의 이름이야. 한때 대천사였고, 지금은 악마 무리를 이끌 정도로 힘 있는 타락천사. 그리고, 이 작고 귀여운 아이의 애인?”
“거짓말 집어치워! 애인이라니, 카라마츠가 너 같은 악마를 사랑할 이유가 없다는 거 알고 있다고!”
“응, 물론 사랑하는 건 악마인 내가 아니라, 이 모습이니까. 내가 왜 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가 좋아서 멍해 보이는 이 얼굴을 하고 있어야 되는지.”
관두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보면 분명 그만큼 이득이 있다는 뜻이다. 다른 모든 형제들 중에서 내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 찾아내야 된다.
“핫, 바보네. 네가 그 이유를 찾지 못하게 하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 와서 네가 알게 내버려 둘 것 같아? “
악마는 동생의 다리 밑과 목 쪽에 손을 넣더니, 천천히 카라마츠의 몸을 들어 올렸다.
“너랑 이렇게 말장난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만 돌아갈게, 그럼 안녕~”
“당장 내려놔.”
“글쎄, 이 녀석을 택할래? 아님 위에 있는 저 녀석들을 보러 갈래?”
녀석의 눈이 살짝 빛남과 동시에 위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는 토도마츠와 쵸로마츠의 것이었다.
“토도마츠! 무슨 짓을 한 거야?!”
“딱히. 방안이 뜨거운 것 말고는 다른 점은 없을걸? 빨리 가서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구워졌있을 테니까, 수고하도록해.”
천천히 현관 쪽으로 발을 옮기는 녀석과 동생들의 목소리.
어느 쪽을 택해야 좋은 거야…..
“살려줘! 오소마츠 형!”
“크윽… 두고 보라고! 카라마츠를 되찾으러 갈 거니까!”
미안 카라마츠… 지금은… 동생들이 위험해. 카라마츠는 반드시 다시 되찾아볼 테니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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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핀 날개니까 날아갈까라고도 생각했지만, 녀석이 입고 있는 후드로는 위쪽 공기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결국 눈이 쌓여있는 거리를 따라 걸어가는 걸로 결정.
“되찾는다니, 헛수고인데.”
예상과 다르지 않게 녀석은 동생들을 구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물론 방문을 열었을 땐 곤히 자고 있는 동생들밖에 없겠지. 비명은 동생들이 지른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도록 했을 뿐이니까.
묻는 질문에 대답을 전부 해주었는데, 그렇게 말해줘도 모르는 녀석이 불쌍하다고 해야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카라마츠가 널 좋아한다는 결론이잖아? 모르다니, 역시 나의 마법은 강하다니까.
아까 봐 둔 작은 상가의 맨 위층. 방 한 개, 거실과 부엌밖에 없는 이곳에 있는 가구란 침대와 소파 하나씩이 전부. 정신을 차릴 기미가 없는 카라마츠를 침대에 눕히고 창문과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작고 붉은 불꽃들을 침대 주위에 켜놓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 이젠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너를 사역마로 만들기 위해서,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여기서 너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나면 그땐 나의 성으로, 루시펠의 타들어가는 날개가 보이는 나의 방에서 널 사랑해줄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굳게 감긴 두 눈에 맺혀있는 눈물은 얼마나 괴로웠을지를 알게 해 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너의 형제들 모두, 너의 짝사랑도, 괴롭고, 외로웠던 날들을 모두 잊게 해 줄게. 그러니 눈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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