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아직도 숨바꼭질

[오소카라] 아직도 숨바꼭질 - 첫 만남

beccarl 2019. 1. 5. 15:20


- 오소카라입니다

- 매우 부족한 글입니다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게… 이어준다니 그게 무슨 의미지?”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그거 알 필요 없지 않아?”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을 비추던 악마는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리더니 이내 날개를 접고 땅으로 착지하여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기분을 충족시켜주면 너의 부탁을 하나씩 들어줄께.

부탁의 내용에 따라 대가가 달라지니까 무슨 부탁을 할 건지는 너의 그 작은 뇌로 생각해보라고.”

“... 너 악마잖아? 악마의 기분을 충족시키기엔 내가 가진 게 없고, 너에게 부탁을 할 이유도 전혀 없다.”

“꽤나 머리를 쓰곤 있긴 한데, 아무리 머릴 써도 날 이길순 없을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누워서 떡먹기. 그러니까 지금 네가 말하는 게 거짓말인지 진심인지는 금방 들통난다는 말씀.”

“그런가… 넌 신비로운 마법을 쓰는 거군. 하지만 정말 너에게 부탁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하나 있다면 이제 그만 수업이 시작하니까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는 것 정 도려나.”

“땡! 틀렸어. 자 그럼 내가 하나 보여줄 테니까 잘 보라고.”

손을 번쩍 들며 나의 무언가를 지적질하곤 순식간에 다가와 입술을 포갠다.

엣? 잠시만. 나 남자라고? 입맞춤은 여자랑 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들어오는 물컹한 물체.

“우읍! 읏!”

그것이 무엇인지 머리로 이해했을 땐 이미 허리가 강하게 잡혀 있어 뒤로 빼지 못하고 구석구석을 핥아진다. 녀석의 혀를 물어버리려고 할 때마다 허리를 간지럽혀온다. 그러면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식이 었다. 게다가 숨이 막힐 때마다 녀석의 체액과 나의 것이 뒤섞인 액체를 삼키게 됐다.

뭐야 이거…... 달콤…. 해


“응, 첫 키스받아가겠습니다~”

“뭐..!!!!!! 뭐하는 짓인가!”

“자 그럼 이걸 대가로 재밌는 걸 보여줄게.”

손뼉을 치자 운동장을 울릴 만큼 큰 소리가 퍼지고, 악마는 숨겼던 날개를 피고 눈 앞에서 사라져 갔다.

“마음이 내키면 부르라고, 내 이름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멍하게 있다가 날아오는 배구공에 맞게 되었다. 운동장 구석에서 피구를 하고 있던 옆반 여자애들이 사과를 하고 가자 모든 것이 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별 이상한 망상에 빠졌다며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자,

“카라마츠!”

운동장 반대편에서 이름이 불려졌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 정신없이 자신 쪽으로 전력 질주해오는 자신의 형제.  

“무슨 일인가 오소마츠….”

“음….. 그냥!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 졌어. 설마 혼자 점심 먹은 거야?”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찾는 형은 드물었기에 또 무슨 준비물을 깜박한 걸까 하며 다음 수업을 알아맞히고 있으면 웃으면서 말한다.

“바보~ 지금부터는 자율이거든? 그러니까 우리 수업 땡땡이치지 않을래?

새로 열리는 게임센터에 가보고 싶어~”



눈을 뜨자 느낀 건 아름다운 햇빛의 눈부심도, 고급 호텔 이불의 따스함도 아니었다. 허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어제 얼마나 무리를 했는지 뼛속 깊이 알려준다. 허리 마디마디와 다리의 관절이 뻐근하게 쑤셔온다. 어디로 온 거지… 도대체 몇 시인 거야….

앉기 위해 손을 지지 대삼아 허리를 세우면 머리가 어질 해지면서 세상이 핑글 돈다. 아… 정말 죽을 것 같아...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편히 자고 있는 나와 똑같은 얼굴의 남자는 자신의 팔을 내 허리에 두르고 있다. 어휴, 이 원수......... 손을 밀쳐내면 갑자기 사라진 온기에 손을 휘젓거리더니 이내 포기했는지 조용해진다.

어젯밤 일은 중간부터 기억이 나지 않지만 뒤처리는 제대로 한 듯 끈적거림이나 불쾌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산에서 흙먼지로 뒤덮이기도 했고, 뜨거운 물로 머리를 식힐 겸 끊어질듯한 허리를 잡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일어났을 땐 눈치채지 못했지만 온통 흰 방에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비싸 보이는 가구들이 늘어져 있다. 하룻밤 묵을 밤이었는데 이렇게 큰 방이라면 분명 비쌀 테지…. 한숨을 쉬며 세수대 앞을 지나자 언뜻 보이는 자신의 모습.

목 주변과 어깨, 가슴에 잔뜩 나있는 붉은 마크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왼쪽 가슴의 붉고 작은 표식.

“뭐야, 벌써 일어나도 되는 거야? 난 아직 피곤한데”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느릿느릿 걸어온 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는데, 언뜻 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등에는 여기저기 할퀸 자국들로 빼곡했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화끈화끈하다고 여기.”

등을 가리켜 보이며 말하는 그가 밉다.

“그 정도는 금방 치료할 수 있지 않은가”

“싫네~ 어젯밤처럼 솔직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좀 더 안쪽~ 이렇게 말이야.”

“앗! 그만둬!”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욕실로 들어가는 문을 닫았다. 난 저런 표정 짓지 않았을 테고, 저 녀석 얼굴은 나를 닮은 게 아니라 나에게 절대로 저런 표정을 보여주지 않을 사람을 닮은 거니까. 저런 걸 보고 기뻐하지 않는다고.

“샤워할 거면 같이 하자. 시간도 별로 안 남았으니까.”

“너도 샤워하는 건가…”

“너 날 뭘로 보는 거야…”

“..... 싫다고 해도 들어올 거면 묻지 말고 들어와라.”

처음부터 나에게 결정권이 없었기에 빨리 포기를 하고 뜨거운 물줄기를 머리부터 받아들인다. 따뜻하니까 또 졸리기 시작한다. 등의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도록 머리를 감을 동안에도 물을 틀어놓는다.

“혼자만 독차지하지 말고 좀 나와봐. 머리는 내가 감겨 줄게”

믿음이 안 가는 얼굴이지만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건 맞으니 받아칠 수 없다.

할 수 없이 물줄기 밖을 벗어난 뒤 녀석에게 머리를 맡긴다.

“날 너무 물로 보고 있어….”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물소리에 묻혀 들려오지만 무시한다. 일일이 신경 써줄 수 있을 만큼 힘이 남아돌지 않는다.

아스타로트의 굵은 손가락이 두피를 힘 있게 눌러오는 것이 기분 좋다. 어질 했던 머리가 맑아지고 아까까지 걱정했던 돈 걱정은 잠시 잊혀 간다. 머리를 구석구석 문질러주던 손은 점점 밑으로 향해 등을 마사지해주었다. 이런 센스는 좋다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깨를 주무르던 손은 내 앞쪽으로 다가와 가슴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어이, 지금 뭐 하는 거지?”

“응? 마사지야, 마사지. 피곤하잖아? 뭉친 근육을 풀어주려는 거지. 봐봐, 기분 좋지?”

“어딜 만지는 건가! 그만하고 나갓.. 힛!”

유두를 애무하며 몸을 바짝 밀착시키자 녀석의 온기가 전달되어온다.

“우리 나가기 전에 한 번 더 할까?”

이젠 과감히 나의 아랫도리를 만져오는 녀석.

쾅!

“너의 기분은 어제 만족시켜줬을 테니 손 떼는 게 좋다, 아스타.”

“으윽… 고릴라….”

“금방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지. 그럼 먼저 나가겠다.”

머리를 움켜잡고 있는 그를 뒤로한 채 서둘러 욕실을 나갔다.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