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아직도 숨바꼭질

[오소카라] 아직도 숨바꼭질 -타락천사

beccarl 2019. 1. 25. 06:04
  • 오소카라입니다.

  • 이번엔 아스타로스의 시점입니다.

  • 카라마츠가 미카엘을 닮았다는 설정입니다.

  • 띄엄띄엄 쓰다보니 자꾸 앞에 내용을 다시 읽게 되는군요.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점 양해해주세요.

  • 많이 부족한 이야기,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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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내가 가장 사랑했던 녀석을 쏙 빼닮았으니까, 내 눈에 띈 것만으로도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이 녀석은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아.


옛날, 내가 아직 천계에서 있을 때, 천사들은, 그저 신의 말을 행하는 심부름꾼이었다. 언제나 새하얀 옷을 입었고, 인간들에게 신의 말을 전하거나, 죽은 영혼들을 관리하고, 정해진 운명에 따라 움직이게 하기 위해, 또는 자꾸만 올라오는 악을 몰아내기 위해서 자연을 지배하고 인간들을 움직였다.

이런 천사들에게는 가진 능력과 맡은 일에 따라 계급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루시펠의 능력과 외모는 그 어떤 천사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모든 천사들은 그를 부러워하고 잘 따랐다. 이름에 걸맞게 그의 몸은 항상 빛이 났고, 용기가 넘치는 늠름한 모습은 때때로 다른 천사들을 주눅 들게 했다. 그런 그는 신에게서 가장 신뢰받았고, 신의 오른편에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곧 루시펠은 천사장이라는 지위를 받게 되었고, 그 당시 10명이었던 대천사들을 도맡아 통솔했다. 나 또한 그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자주 그를 만났고 그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가까웠다.

나와 9명의 대천사들은 루시펠의 지휘 아래 매일 바삐 움직였다. 그런 힘든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던 건 미카엘과 라파엘 덕분이었다. 라파엘은 사람들의 운명과 삶을 담당하는 천사로써, 악마들에게서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인간들을 유도해주는 지도자 같은 존재였고, 나는 좌천사들을 이끄는 보좌관으로 악마들을 물리치는 역할을 맡았기에, 천계와 하계의 중간선에서 주로 일생을 보냈다. 그리고 미카엘은 신의 은총을 받은 자들을 도맡았는데, 주로 인간계로 내려가거나 천계에서 인간들을 내려다보았다. 이토록 지내는 곳이 달랐기 때문에 우리가 같이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때때로 만나 장난을 치고, 이야기를 꽃을 피우며 힘들었던 일들을 잊곤 했었다.

미카엘은 인간들을 보지 않는 날이면 자신의 푸른 날개와 천사의 상징인 고리를 가꾸는데 시간을 썼다. 그는 자기 자신을 매우 사랑했고, 연못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 삼아 말을 걸곤 했다. 그런 그는 눈부셨고 루시펠 못지않게 아름다웠기에, 그런 그를 나는 친구로서가 아니라 연인으로서 아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성욕이란 천사들에겐 절대 용서되지 않는 영역이었기에, 나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한 번은 나의 능력인 ‘성애’을 써보기도 했지만, 천사끼리는 통하지 않는 걸까,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뭐 하는 건가, 아스타로트.”

“그냥.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많구나 생각하고 있었어.”

“..... 그런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는 쪽이 좋을 것 같군.”

“왜? 현실인걸, 나 신이 아니니까, 뭐든지 되게 할 수 없는 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지금은 그뿐일지도 몰라도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때때로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는 녀석이었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고 넘겨버렸지만, 그건 미카엘의 예언이었을까, 내 안에 잠들어있던 악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나에게 기회가 왔다. 신의 은총을 한 몸에 받던 루시펠은 도를 넘어서 신의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을 따르던 천사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킬 계획을 세웠다. 어쩌면 신을 이기고 루시펠이 지도자가 된다면, 미카엘과의 사랑을 인정해 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나는 나의 부대와 함께 루시펠의 편에 섰다.

하지만 신을 이긴다는 것은 무리였던 걸까. 최고를 자랑하던 나의 부대도, 루시펠을 의지했던 수많은 천사들도, 신 앞에선 무용지물, 결국 이기지 못했다. 신은 매우 노했고 그 길로 루시펠과 그를 따랐던 모든 천사들은 하계로 떨어졌다. 신뢰를 저버린 루시펠은 지옥의 가장 밑인 곳에서 거꾸로 추락하였다. 그런 다음, 신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천사장 자리를 3명에게 나누어주었다. 내 자리는 미카엘이, 미카엘의 자리는 가브리엘이 그리고 라파엘, 그렇게 셋은 천사장이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난 타락천사가 되었고  하얗던 날개는 짙은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때때로 까마귀와 매의 날개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 되었다. 고리는 끊어져버려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고 3만 년이라는 긴 세월의 형벌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견딜 수 없었던 건 미카엘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 그 점만 제외하면 마계에서 지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의 미움을 받긴 했어도, 나의 능력은 아직 그대로였고, 형벌 뒤에는 지옥불의 고통도 미미해졌다.

그 후론 인간계에 올라와 인간들을 유혹하고, 성행위를 즐기고, 나태에 빠지게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천사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도망가긴 했지만. 그때마다 혹시라도 미카엘이 오진 않았을까라고 둘러봐도, 녀석은 천사장이다. 나 같은 녀석을 상대해주러 내려오지 않아.

하지만 그런 내 앞에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왔다.

푸른 날개에 하얀 옷만 없을 뿐이지,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라던지, 나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것조차도 속 빼닮은 이 녀석의 이름은 카라마츠. 이름처럼 텅 빈 것처럼 행동하지만,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제법 좋은, 말 그대로 연기자. 녀석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 따라다닌 결과, 이 녀석은 자신의 형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포기할 거라는 녀석의 말과는 다르게 마음은 굳건히 형만을 사랑하는 아름다움. 피를 나눈 형제에게 성욕을 느끼는 녀석을 나의 것으로 하기 위해 간단한 마법을 부렸다. 사람을 내 생각한 대로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이 녀석이 조종하기 어려우면 다른 사람들을. 그러니 그의 형을 녀석에게 잘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카라마츠는 나를 찾게 된다. 물론 당사자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 못 하지만. 그러니까, 녀석의 형은 카라마츠와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녀석의 사랑, 닿지 않는 거라고.

        한번 일을 저지르고 나면 다음은 어렵지 않다. 카라마츠는 불리한 제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나에게 부탁을 해왔고, 지금은 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고 있다. 도와달라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

불쌍한 카라마츠. 자, 나와 함께 파멸의 길을 걷는 거야.

빨리 내 것이 되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