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아직도 숨바꼭질

[오소카라] 아직도 숨바꼭질 - 오해

beccarl 2019. 1. 11. 15:40

- 생각했던 것보다 시리어스 물이 되어버렸습니다.

- 오소카라 (악마x사변) 입니다.

- 성행위 묘사가 살짝 있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세요!

- 수정(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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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단 돈이 많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원래 가득 차 있던 지갑은 두께를 잃었다. 게다가, 호텔을 나왔지만 역시나 갈 곳이 없다. 거의 매일을 나와 있긴 하지만 딱히 머물 수 있는 곳도 없고,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는 2시부터 시작이다. 어딜 가야 될까 고민하고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럴게, 이젠 아침엔 한 겨울 같은 날씨인데 잠옷차림이다. 그렇게 입고 있는 옷도 어제의 일로 찢어진 채여서 노숙자, 아니 미친사람이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흩트렸다.

 

“어디로 가게? 저번에 갔던 카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먹으러 가는 게 아니다. 당분간 돈은 아낄 거야"

"쳇, 짠돌이."

“지금 누구 때문에 흥청망청 쓰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모른척하며 아이처럼 조르는 아스타는 나의 의상과는 정반대로 검은 스웨터에 기모가 들어가 있는 부츠, 머플러까지 두르고 있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아니, 일단 불을 다루는 악마면서 추위를 느끼는 건가.

 

“일단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겠군. 옷을 갈아입어야 되니까. 지금이 대략 10시니까, 집에 잠시 들어가도 괜찮겠지…..”

 

그렇게 정하면 발을 움직여 가야 되지만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몸도 인정하고 만 것이다. 그곳에 돌아가도 환영받지 않는다는 것을. 정말 가고 싶지 않다. 어제 거리에서 봤던 다섯 명의 행복한 얼굴. 하늘도 인정한 듯 아름답게 불타오르던 노을빛에 휩싸여있던 그 다섯은 완전체였다. 게다가 지금은 다 같이 도란도란 모여 단잠에 빠져있을 것이다. 그런 거 봤다간 견딜 수 없단 말이야.

 

"뭘 멍하니 있는거야."

"우앗!"

"약한 소리 해도 바뀌지 않는다면 빨리 해치워 버려. 우물쭈물거리고 있다간 기회를 놓치니까. 난 주변을 돌고 있을 거니까, 빨리 갔다 와~"

 

머리를 강하게 쓰다듬으며 들고있던 코트를 넘겨준 아스타는 내가 정신을 차리자 그렇게 말하곤 서점 쪽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같이 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시. 그는 내가 형제들과 같이 있는 걸 보러 오지 않았다. 밖에 있을 때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가지 말라고 저지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혼자 멀리 다른 곳에 가버렸다. 때가 때인지라 지금만큼은 같이 있어주길 바랬지만, 부탁하면 또 대가를 말하며 들러붙을 것이 당연하다. 그런 리스크를 걸면서까지 부탁하고 싶지 않으니 발을 돌려 서둘러 집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집으로 가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은 전부 나가셨을 시간이고, 형제들은 보통 오후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알고 있다. 어젠 이치마츠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이유로 나가서 한참을 마시다가 들어갔다는 것을. 잠귀가 밝은 쥬시마츠가 일어나지 않는 한 문제없을 것이다.

잠겨있지 않은 문을 살짝 열면 텅 빈 복도가 보인다. 고요한 것을 보면 예상 적중,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거실을 지나 옆방으로 가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을 찾아보면 점프슈트와 가죽 재킷 아래에 넣어뒀던 두꺼운 털실로 만든 후드가 보인다. 3년 전에 토도마츠가 자기 것을 사면서 샀다고 준 꽤나 유명한 브랜드 옷이다. 입을 이유가 없었기도 했지만, 뭣처럼 동생이 준 선물이다. 소중히 간직하다가 입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 서둘러 옷을 바꿔 입고 더 이상 못 쓸 것 같은 잠옷은 종이봉투에 넣었다. 바지도 여벌로 2개 챙긴 뒤, 방을 나섰다.

거실에 있는 구인잡지 중 이미 읽은듯한 것을 집어 복도로 나오면 엄마의 된장국 냄새가 풍겨져 온다. 조금 있으면 모두들 일어나 다 같이 아침을 먹겠지. 한 자리가 남아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배가 고프지만 들키기 전에 나가야 되니 신발을 신기 위해 현관으로 살금살금 걸어간다. 신발을 신은 뒤 잠시 귀를 기울이면 정적이 흐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하니 성공이다. 이제 아스타가 있는 곳만 찾으면 되겠지. 하지만 이때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됐었다. 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건 마츠노가 형제라는 증표인 초록 소나무가 새겨진 빨간 파카였다.

 

“어디가?”

 

형제들 중에서도 제발 아니길 바랬던 인물이 내 앞을 막아섰다.

 

“오... 오소마츠….”

“지금 들어온 거잖아?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오소마츠의 얼굴은 오랫동안 밖에 나갔다 온 건지 얼굴은 추위에 붉어졌있었다. 길이 막히고 갑작스러운 형의 등장에 풀리려는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고 서있는다. 그것도 잠시 찬바람이 불어오자 몸을 떨던 오소마츠가 집안으로 천천히 걸어오자 힘겹게 뒷걸음치며 도망간다. 그런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또 한 발짝 다가왔다.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눈매는 무섭다. 절대 화가 나있는 얼굴.  

"카라마츠."

무섭다. 이젠 다리가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어지럽다. 내 주변의 물건들이 마법에라도 걸린 것 마냥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것 같다. 대답을 기다리는 오소마츠는 현관문을 닫고 앞을 막아서 있었고, 지금의 상태로는 밀치고 지나갈 수 없다. 오히려 더 화나게 한 뒤 반대로 당하기만 할 것이다.

“잠시 보러 갈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길을 비..”

“누구? 너 요즘 계속 나가 있었잖아? 근데도 아직 만날 사람이 있어?”

“그건…. 친... 친구다. 카페에서 만나서 말이지.”

“너 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랑 그렇게 잘 지내는 성격이던가? 좋아. 그렇다고 치자. 그럼 어제는 뭐했어?”

“어….. 어제….”

“그전날밤에는 치비타랑 장난을 치고, 어제는 하루 종일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서 외출? 이상하지 않아?”

"그건..."

계속해서 캐물으려는 오소마츠와의 거리는 이제 2발짝. 오늘따라 더 내려다보는 듯한 오소마츠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면 오소마츠는 헛웃음을 한번 내뱄더니 말했다.

"계속 이런 식이라는 거야? 좋아. 너, 목에 있는 키스 자국은 숨길 생각이 없는 거지?"

 

키스... 자국.....!

손으로 목 주위를 가려 보이지만 소용없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오소마츠는 내 손을 잡아 벽으로 밀어붙이곤 후드를 들어 올렸다.

들어 올려진 옷 밑으로 보이는 수많은 붉은 마크들을 보이고 있다. 악마와의 난잡하게 뒹굴었던 어제의 일들을 모두 보이고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차오른다.

"그만둬! 오소마츠. 제발! 부탁이야!"

그렇게 애원하자 커다란 손에 입이 틀어박힌다.

"동생들을 전부 깨울 생각은 아니지?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잖아?"

"흡.... 흐읍!"

"그래서? 지금은 뭘 하러 가는 걸까? 우리 차남, 설마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길 바라는데."

뒤쪽으로 손을 넣었다 빼면 주머니에 있던 내 지갑은 어느새 오소마츠의 손에 들려있다.

"돌... 돌려... 줘..."

손을 뻗어 되찾아보려고 해도 지금의 상태는 최악이다. 어지럽고, 어제의 상처는 피가 나지 않게 아문 것뿐이지 완치가 아녔으니까. 게다가 결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죽고 싶다.

"응..... 그 녀석은 짠돌인가 봐? 한번 해주는데 20000엔이라니, 30000은 더 받아야 되지 않아?"

그러면서 빼 보이는 건 아까 받은 호텔의 영수증이다.

"오... 오해야! 절대 그런겟!"

"조용히 하래도? 헤에, 여기 꽤나 비싼 덴데, 이런 곳에 자고 온 거네."

팔랑팔랑 흔들어 보이는 영수증은 곧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라마츠. 계속 거짓말할 거야?"

 

아니야.... 틀려. 오해를 하고 있는 오소마츠지만, 변명할 수 없다. 선명한 키스자국, 계속 해왔던 외거, 지갑의 돈, 고급 호텔의 영수증. 이젠 입도, 손도 다 자유로워졌는데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손가락 하나 까딱 움직일 수 없다.

이젠 위가 시끌시끌하다. 곧 다들 내려올 것이다. 이대로 있을 수 없는데, 무섭다. 괴롭다. 사고는 멈췄고 그저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되었다. 이젠 제정신도 아니었기에 생각나는 대로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해요.... 싫어... 아..... 아스타.... 도와줘.. 부탁이야, 아스타...."

"!! 정신 차려, 카라마츠!"

"미안해.. 미안해 오소마츠.... 이젠.. 싫어.. 아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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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나선 다들 니트가 되었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나날을 지내왔다.

하지만 카라마츠는 그런 우리들 중에서도 착실하게 생활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6시에 일어났고, 설거지라던가 청소, 빨래 등 간단히 할 수 있는 집안일은 전부 하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두를 깨우려고 했었고 불평을 잔뜩 들은 뒤, 쵸로 마츠가 "뭤 때문에 그렇게 빨리 일어나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난 뒤로부터는 혼자서 일어나 아침 조깅을 하고 와 다시 자는 척을 했다.

 

이 형은 전부 알고 있다고? 다른 녀석들은 녀석도 바뀐 거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

녀석은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 때때로 자원봉사라던지 요양원이라던지 가서 사람들이랑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일부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척하기 위해서 가죽재킷을 입고 다른 형제가 다리를 지나갈 때를 계산해뒀다가 서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이기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챙기지 않으면 뺏길 뿐이니까. 하지만 녀석은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서 친절을 베푼다. 이용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부탁이라는 부탁은 전부 들어준다. 하지만 녀석은 눈치가 빠르다. 누군가 자신을 추궁하거나 곤란해지고 싶지 않을 때에는 완벽하지 않은 "이따이"마츠를 연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카라마츠는 이치마츠가 자신에게 왜 화를 내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이치마츠가 자신을 형 이상의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이치마츠가 조금만 다가와도 멋진 척, 허풍을 떠는 것이다. 멱살을 잡히면 울먹거리는 것도, 폭력을 눈감아주는 것도, 멋진 형이 되기 위해서라기보단,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맞는 것이다.

 

그러던 카라마츠는 졸업한 지 1년이 되는 해부터 점점 집을 나가 있게 되었다. 특히 나와 둘이 남게 될 것 같으면 집을 나갔다. 내가 특별히 부르지 않으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상하잖아? 다른 형제와는 문제없이 잘 있는다. 하지만 내가 되면 눈치 제로인 쵸로마츠가 눈치챌 정도로 거리를 유지한다. 나 상처 받는데.....

 

그리고 요 몇 년간은 외출하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외박을 하고 오는 날도 늘어갔다. 평소 자신을 숨기려고 하기 때문에 묻지 않았지만, 궁금했다. 매번 나가서 뭘 하는지. 그래서 저번 달, 나는 파칭코에 간다는 아주 뻔하지만 잘 통하는 거짓말을 하곤 카라마츠를 미행했다. 한참을 걸어온 곳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번화가의 한쪽. 주변을 살피던 녀석은 딱 봐도 위험한 느낌이 드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클럽으로 들어가는 문이라도 있는 걸까 하고 벽에 기대 살짝 보면 어떤 남성과 같이 있었다. 그것도 나를 쏙 빼닮은 녀석이.

 

"아스타" 하고 평소의 낮은 목소리로 부르면 반응하는 남자의 두 눈은 새빨간색이었다. 그 점을 제외하면 평범. 머리는 뒤로 쓸어 올려 하얀 이마가 드러나 있었고, 검정 줄무늬 티셔츠에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는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카라마츠에게 건네주자, 카라마츠는 상대를 한참을 쳐다보다가 입고 있던 후드를 벗곤 안에 있던 옷들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런 게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니, 도대체 무슨 악취미인지 모르겠군."

갈아입는 내내 똑같은 말만 반복하던 카라마츠는 위를 다 갈아입고 신발을 벗었다. 바지도 벗는가 싶더니 속옷까지 바꿔 입는다. 잠깐... 여기 밖이라고?

 

"역시 이쪽이 더 잘 어울리네. 다음엔 갈색으로 사 올까?"

내가 그 녀석한테서 들은 첫 한마디에 뒷걸음쳤다. 나랑 목소리까지 똑같아? 저 녀석 뭐야?

하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조심하지 못하고 옆에 있던 깡통을 치게 되었다. 작은 소리였기에 카라마츠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녀석은 붉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위험해..

 

난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상 알게 되었다간 큰 일을 당할 것이라는 예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부터 카라마츠를 똑바로 볼 수 없게 되었다.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왜 점점 나가 있는 시간이 늘어가는지, 같이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이런 간단한 질문도 하지 못한 채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 치비타의 농담 같지 않은 장난 때문에 다친 차남이 걱정되어 동생들을 집으로 보낸 뒤 온 마을을 돌며 차남을 찾아다니다 지쳐 집으로 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눈 앞에 서있던 차남은 한 번도 본적 없는 옷에, 온몸에 붉은 자국을 들어낸 채로 있었다. 순식간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밀어붙였더니, 카라마츠의 맑은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그때 멈췄어야 됐지만 그러지 못하고 더욱더 세게 붙잡았더니 쓰러지고 만 것이다. 카라마츠의 비명에 정신을 차리자 내 앞엔 쓰러진 카라마츠를 안고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나의 거울 같은 존재를 마주하고 있었다.

 

"안녕? 우리 서로 얼굴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지? 반가워. 그리고 고마워."

 

소름 끼칠 정도로 밝게 웃으며 말하는 녀석에게서 들은 두 번째 마디에 몸이 얼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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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이 아니게 시리어스물이 되었습니다. 곧 엔딩을 써야 되는데, 아직 결말을 못 정했습니다. ㅠㅠㅠ

혹시 어떤 엔딩을 좋아하시나요?

- 해피 엔딩

- 배드 엔딩

- 메리배드 엔딩

 

알려주신다면 도움이 될것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이어서 가져 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