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마츠/학생마츠 입니다.
오소마츠→ 카라마츠→ 이치마츠 → ? 입니다.
생각나는대로, 쓰고 싶은 마음대로 쓰고 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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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옆에 앉아있으면 손을 잡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
잘 손질된 손톱과 매끈해 보이는 피부. 분명 나랑 같은 크기일텐데 좀 더 커보이고, 더 남자다워 보인달까, 예쁘다. 멋있다.
손을 바라보다 위쪽을 보면, 살짝 웃고 있는 표정의 너가 있다.
맑은 눈동자에 오똑한 코, 유행에 맞춘 머리스타일, 하얀 피부에 조금 건조해보이지만 붉은 입술.
귀를 잘 기울이면 흥얼거리는 낮고 부드러운 콧소리가 들린다.
조금이라도 더 너와 함께있고 싶어, 나를 향한게 아니여도 좋으니까 너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을 잡는, 그런 상상에 빠져있고싶어.
하지만 종이 울림과 동시에 넌 온 학급의 친구들에게 둘러쌓여있어서, 자연스럽게 너와의 거리가 멀어져간다.
하지만 별 수 없는걸. 난 다른 형제들보다 못생겼고, 잘난점도 없고, 겁쟁이에, 다른 사람한테 말을 걸기 무서워하는 울보인걸.
이런 날, 너가 좋아할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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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하늘을 가린, 우울하고, 축축한 여름이였다. 그 날도 옥상에 끌려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있었을 참이었다.
"있지, 나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음...또 이 소리다. 요즘 내가 듣든 말든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다른 애들한테 하면 될텐데 꼭 아무도 없는 점심때만 나에게 살짝와서 말을 걸어서 넘겨버릴수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친구들이랑 장난을 쳤네, 선생님들을 골탕먹여주었네, 이런 평범한 남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자애들의 갈곳없는 혼잣말처럼 말해서 듣고 있어도 재미없는,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다.
물론 형제들중에서 가장 가깝다고 하면 가깝다라고 할까, 같이 있는 시간이 다른 애들 보다 많겠지만, 그래도 귀찮다.
"엄청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녀석이라서 말이야. 그래도 조금만 신경 써주면 활짝 웃는다구? 그 미소가 예뻐서 말이지..."
이젠 대사를 다 외울 정도가 되어버려서, 머릿속으로 따라말하고 있게되었다.
이런 말 그냥 좋아하는 애한테 가서 똑같은 말을 '그 애'에서 '너'로 바꿔서 말하면 될텐데.
"있지, 듣고 있는거야? 일부러 시간내서 말해주고 있는데."
아니, 그거 내 대사? 듣고 싶다고 말한적 없고, 덕분에 친구들이랑 매점가는것도 미뤘다고.
"음.. 혹시 그 말, 그... 좋아한다는 애한테는 말해준적 있어?"
정색하며 커다란 눈을 꿈뻑거리는게 마치 괴생명체 같아서 웃을뻔했지만, 곧 장난끼 넘치는 얼굴을 해와, 가까스로 참았다.
"아니. 같이 있을때마다 울고 있으니까 말이지. 달래준다고 시간을 다쓰고 나면 다른사람들이 잔뜩이라고? 타이밍을 잡을수 없으니까."
아니, 울리는거야? 아, 달래준다고 했으니 반대인가? 놀림받는 아이? 그런 아이를 좋아하다니 이 녀석은 잘 모르겠네.
"근데."
"응? 뭔데?"
"곧 말할꺼야. 고백, 이라고 해야되나?"
"헤에, 하는 구나. 난 이미 포기한 줄 알고 있었어."
"내가 고백하면, 넌 포기해 줄거야? 이치마츠군?"
"응? 왠 헛소리야, 난 좋아하는 애가 없는데."
"어라레? 아니였어? 난 또, 나 혼자 착각하는 거였구나! 미안해~ 아, 나 홀가분해 졌어! 그럼 나중에 보자. 오늘은 집에 늦게 들어갈지도~"
이상한 녀석이다. 제멋대로 착각하고, 자기 분이 풀릴때까지 떠들다가, 마음이 내킬땐 버리고 사라진다.
말그대로 변변치 않은 녀석.
"있지, 이치마츠. 고마워!"
"아아, 가버리라고."
분명 더이상 이상한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서 좋아야 할텐데, 어째서 찜찜한 느낌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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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노! 어디가?"
"아.. 점심 먹으려고, 다음 교실에 가고있는데..."
"혼자 먹는거야? 같이 먹자~"
"아까는 고마워. 너 아니였으면 창피로 죽었을지도 몰라."
"알아차린게 마츠노여서 다행이네, 마나코."
우리반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는 여학생과 그의 친구들은 나를 불러세워 점심을 권유해왔다.
이유는 아까 의자에서 일어날때 입고 있던 스타킹이 걸려서 찢어진걸 가장 먼저 알아채린게 나였고, 때마침 갖고있던 겉옷을 허리에 두르라고 권내준것.
딱히 티 날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애다. 이런거에 민감하니까 알려주면서 가릴걸 준건데, 혹시라도 쓸데없는 오지랖을 떤게 아닐까 하고 있던 찰나에, 고맙다고 해오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다행이다. 혹시라도 싫어 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마츠노처럼 상냥한 남자애들도 있구나 했는데 말야. 우리반애들은 그냥 교실을 뛰어다니는 고릴라 뿐이라 말이지."
"아, 이치마츠군은 그나마 괜찮지 않아?"
"그렇긴 하지."
역시 이치마츠는 여자애들사이에서도 인기가 좋구나.
"그럼 가자, 나 배고파~"
“앗.. 넘어지겠어, 조심해.”
창문으로 비쳐보이는 내 모습이 주인을 따라가는 애완견같아 조금 부끄러웠지만, 이렇게 예쁜 여자애랑 같이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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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노군은 다른 형제들이랑 많이 다르네.”
“그...그런가…”
“있지, 카라마츠군이라고 불러도 되지?”
“편한대로.”
다행이 교실에는 게임을 하고 있는 몇몇 남학생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고, 내가 모르는 주제의 대화라던가, 나를 제외하고 얘기하지않아서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모르는 여자애 셋과 나. 다들 친절해 보이지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카라마츠군은 크림 같은건 안 써?”
“엣? 무슨 크림?”
“여기 있는 주근깨만 없으면 너도 꽤 인기 있을텐데.”
“넌 이치마츠군이랑 다르게 귀엽게 생겼다구?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아지면 곤란한가?”
“그런거 써 본적이 없어서.”
“그럼 안돼~ 요즘은 남자들도 로션이라든지, 클렌저 같은걸로 관리해 줘야해.”
“과일 같은걸 많이 먹는 것도 좋아. 자 이거 먹을래?”
“아, 맞다. 내꺼 다써서 다음주에 사러 갈건데 같이갈래?”
“다음주는 연극부 모임이 있는데…”
“끝나고 가도 좋아. 일요일에도 모이는건 아니잖아?”
어떻하지… 이런거 해본적이 없는걸.
“그럼… 좋아. 일요일이면 될까?”
“야호! 응, 일요일 점심때 번화가에서 만나자.”
아… 저질러버렸다. 거절하는 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는걸…. 벌써 그 날 예정을 짜고 있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수업이 시작할때까지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얼어있었다.